박상화1968년생 / 편의점

박상화 0 1,065

 

 

꼿꼿이 서 있어 꽃이다.

바람 불면 중심을 잃지 않으려 흔들리면서

열매가 맺힐 때까지

앉지도 눕지도 않으니 꽃이다.


저 기다림이 꽃이다.

바람 불면 하루에도 수수 백번 흔들리면서

목이 쉬도록 외치니

속으로 우는 저 환한 웃음이 꽃이다.


7년 동안 월급 한 푼이 안 올라도 참고 견딘,

라면에 단무지 쪼가리같은 가뭄에도 희망을 잃지 않은,

하청에 비정규에 불법으로 오염된 세상을 버티는,

단단한 저 허리는

누구도 꺾을 수 없다.


폐허에도 꽃은 피어 오르고

눈보라의 벌판에도 꽃은 핀다.

존엄의 가는 줄기 곧추 세우고

살아있음의 장엄을 붉은 글씨로 써서 들고 섰다.

잿바람 같은 사람들 불어가는 거리에서

환하게 울며

시간을 밀고 가는 꽃의 피켓팅.


희망이란 시간의 거짓말,

흔들리는 그 순간이 최선의 전망이니

열매가 차고나면 알 뿐, 스스로 지는 꽃은 없다.


- 아사히 비정규직 투쟁 4주년에 부쳐

 

2019-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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