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화1968년생 / 편의점

소쿠리

박상화 0 906

 

 


무언가 골똘히 생각하느라

등이 저렇게 굽었나보다.


눈물도 고드름 찬바람 숭숭 드나들고

세상에 닫힌 문을 차고 지나가는 겨울 바람

검은 창 성에꽃 피고 웃묵 물사발 얼어붙어도

거친 발꿈치에 닳아버린 시간을 꿰메고

눈 먼 아궁이에 불지펴 아침을 끓이셨다.


감감하고 깊은 겨울밤,

쌀가루 같은 눈이 내리면

적요한 찬바람 낡은 소매 보푸라기에 떨고,

털 빠진 고무신 젖어 얼도록

되새기는 기도만 소복소복 쌓여가기도 했다.


후- 허공에서 얼던 입김

바람소리를 등진 저 성긴 품에서

저 둥근 고민 속에서 나는 자랐다.


머나먼 미국 땅, 찬바람 업고 눈을 기다리다

동그마니 산소가 아른거리면

무언가 골똘히 생각하던 둥근 힘이

싸르락 싸르락 내려 쌓이곤 했다.

 

 

 

2018.12.22 동짓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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