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화1968년생 / 편의점

쇠대가리의 언어 - 경동이 형에게

박상화 0 1,001

 

 

1. 

 

열-일곱여덟 먹어서 나는 

친구 얼굴만 봐도 무슨 일인지 알았다

친구가 돌려서 말을 해도

마치 내 생각을 읽듯이 환했었다.

 

마흔이 넘은 나는

딸애 얼굴을 봐도 무슨 일인지 알 수 없고

아들이 설명을 해줘도 알아듣지 못한다

내가 하는 말은 언제나

가 닿지 못하고 사라진다

 

친구관계로 고민하는 딸에게, 

말이 통하지 않는 건 관심이 없어서다-

네가 먼저 네 친구에게 정성을 쏟아야 한다-

그렇게 말을 하고 보니,

 

뒤통수를 한대 갈기고는

너나 잘해 인마 깔깔 웃던 친구가

너는 왜 안하는데? 묻는다

 

마흔의 언어는 온통 그럴듯한 것뿐이다

나이 먹으면서

거짓말만 늘었다

마흔 넘은 사람들한테는 법을 법이라해도 안통한다더니

반성을 해도 개선이 안되는

쇠대가리 거짓말장이가 되버린 나이

미안함도 안스러움도 술한잔 하면 다 잊어버리는 

개떡같이도 철딱서니 없는 그런 언어

 

2. 

 

나는 형이 말하는 걸 듣고 있으면

꼭 쇠대가리가 말하는 것 같았다

어눌하고 뜨문뜨문하고

낮고 조그만데다가 늘 망설이는 화법

 

고집이 황소고집이어서

하고싶은 일은 기어이 저지르고도

눈만 끔벅끔벅했지만

가끔은 몇군데 부러지기도 하면서

형은 잊지 않고 말을 이어나가곤 했었다

 

형은 

쇠대가리같이 뼈를 두껍게 하는 방법으로

터지고 깨지는 일에 익숙한 

강자였기 때문에

그 쇠대가리 어법으로 말을 하면

형이 설득시키지 못하는 사람은 없었다.

 

왜냐하면 형의 말은 

사십년동안 줘 터지면서 생긴 설움이

온 몸을 울려 울음처럼 스며나오는 

그런 사람들의 언어였기 때문이었다.

 

 

3. 

 

형이나 나나 

죽지않고

사십년을 넘게 살았고

그 덕에 쇠대가리의 언어를 배웠다.

 

많은 사람들이 죽어간 그 사십년이 미안해서

형은

뼈를 한번씩 분질러야 시를 썼고,

 

사십년간 거짓말만 는 나의 언어는

비가 오면 쑤시는 무릎뼈처럼 삭았다. 

 

 

 

2014.10.29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플러스로 보내기
  • 카카오스토리로 보내기
  • 네이버밴드로 보내기

Comments

카테고리
반응형 구글광고 등
최근통계
  • 현재 접속자 4 명
  • 오늘 방문자 75 명
  • 어제 방문자 524 명
  • 최대 방문자 2,936 명
  • 전체 방문자 469,092 명
  • 전체 회원수 15 명
  • 전체 게시물 15,811 개
페이스북에 공유 트위터에 공유 구글플러스에 공유 카카오스토리에 공유 네이버밴드에 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