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선 곳이 우묵하게 파인 땅이 아니었으면
어떻게 고여 물거울이 되었으리
가로등 불빛 하나 동그랗게
우리 가슴에 비출 수 있었으리
우리 가슴 바람 불고 일렁이는 파문이어서
불빛이 수백으로 찢어지더라도
저마다 찢어진 불빛 하나씩 간직했다가
귓전에 남루한 옷깃에
한사코 매달리는 바람이 자면
다시 모이노라
거칠고 우묵한 땅에 선 그대여
우리는 같은 땅에 발 딛고 서 있다
어둠과 불빛을 같이 비추며
똑같이 우묵하고 춥다
* 신영복 선생님의 말씀
2018.1.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