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화1968년생 / 편의점

<성주군 초전면 소성리 (星州郡 草田面 韶成里)>

박상화 0 809

 

 

별고을 푸른들 달마산 자락,
봄같이 아름다울소韶, 이룰성成, 마을리里, 소성리가 있어
밥 먹자 부르는 어머니 소리 꿈결인 듯 들리리.


눈 감으면 굽이 길 돌아 시어른 오시던 모습 선한데,
눈 뜨면 굽이 길 따라 미군트럭 들어 오고,
굽은 울 어머니 기어 김매던 주름밭을,
형광빛 형형한 진압작전이 마구 밟고 지나간다.


고추 금줄 두른 장독에 소담하던 고봉 눈,
처마에 주룩주룩 매달리던 단 빗줄기,
모깃불 모락모락 올라 총총총 별 뜨던 세월을 보냈거니,
이제, 장정들 다 떠난 고향엔 할매들만 남아,
여름내 매미대신 사드가 울고,
파아란 가을 하늘엔 고추잠자리대신 헬기가 난다.


시처럼 아름다운 고향,
이랑 고랑 주름진 흙가슴에 사드를 박고,
동무 할매 쓰러진 길을 껌 씹으며 웃고 들어간 미군운전병아,
너도 네 고향 초록잔디, 네 이름 부르는 소리 그리울 테지.
돌아가면 느그 어매가 아이구야 울며 보듬어 줄 테지.
형형한 경찰들도 뉘집 귀여운 새끼인걸,
백날 천날 힘없는 사람끼리만 맨바닥에서 치고받고 싸우고,
힘있는 사람끼리는 환한 호텔에서 점잖고 의젓하게 회담을 한다.


누가 대통령이 되든, 대통령 비서실장이 되든,
제국의 무기판매 앞에선 자존심도 말아먹는 가난한 나라여.
젊은이들, 박사, 교수, 기자들, 팔장끼고 관전만 할 때,
맞서 싸울 이, 힘없이 굽은 할머니들 뿐이어서
개같이 짖고 울고 다치며 바락바락 싸울 수 밖에 없는 소성리를,
눈물과 한숨의 소성리를, 누가, 기억할 건가.


버티다 쓰러진 고향집 기둥 옆에서,
쥔없이 자라는 고드름 쓸쓸히 쓰다듬으며,
폐허를 살아남은 그대, 새봄처럼 아름답던 어린 시절을 추억하라.
밥 먹자 부르는 어머니 소리 꿈결인 듯 들리면,
그때 가, 후회하라.
평화는 싸움 없인 오지 않는 다는 것을.
평화는 굴종 아래선 싹이 트지 않는다는 것을.

 

 

 

2017-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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