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화/ 1968년생 / 편의점
니들이 어찌 알겠나. 휩쓸리는 보통들의 맵고 신 삶을. 아프다고 니가 진단하면 나는 아팠고, 교회에 길이 있다하면 교회에 가보고, 맑스가 길이라 하면 맑스도 따라다녀 보며, 어떻게든 사람처럼 살아보려고, 낯선 부끄러움도 무릅쓰고 기어서라도 따라 가려던 그 마음을. 손가락으로 길을 가리키다 틀리면 너희는 금방 변색했지만, 손가락 따라 이리 뛰고 저리 뛰던 발들은 부르터 피 흘리는 것을. 어린 것이 춥다 배고프다 할 때도 조금만 참자 이것이 참된 길이란다 달래며, 달래지지 않던 불안과 쓰린 속을. 헐은 옷을 여미고 점심을 아껴 바친 돈으로 너희가 좋은 옷을 입고 다니는 것을 보면서도, 이 길을 가면 나도 사람다우리라 믿은 것을. 너희는 천국이라는 약을 팔았고, 어리석게도 나는 인생과 노고를 바쳐 그것을 산 것을. 병은 낫지 않았고, 아프다 아프다 그 믿음이 병이었음을.
이젠 믿지 않으리라. 천국을 팔든, 법과 정의를 팔든, 민족, 문학, 역사를 주섬주섬 파는 그 모든 약장수를 믿지 않으리라. 믿음이 병이었으니. 믿지 않으면 아프지 않으리라. 나의 이야기를 쓰고, 나의 방식대로 싸우고, 나의 천국에서 쉬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