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화/ 1968년생 / 편의점
구멍가게 앞 처마 밑 의자
비 오면 비 맞고 눈 오면 눈 맞고
햇살이 쓸어주면 고양이처럼 자고
비스듬히 기댄 품에
간장 내 나는 홈리스도 받아주고
담뱃불 타는 속도 안아주고
다리 한 짝 휘고 녹슬어
삐이꺽 신음소릴 내면서도
달 보고 우는 사람 다 울 때까지
꼬부라진 술꾼들 지쳐 잠들 때까지
* 사물의 덕은 깊다. 그 꾸준함과 일관됨은 감히 사람이 따라가지 못한다. 냄새나는 홈리스는 쫒아내고 꼬부라진 술꾼은 보기 싫은게 인지상정. 번뇌 없는 해탈은 없는 것이니, 사람은 사람답게 이랬다저랬다 해야 한다. 그 좌충우돌 속에서 자꾸 변하는 게 더 인간답지 않은가. 어떻게 하염없이 받아주고 들어주고 안아주고 기댈 의지가 되어 주겠는가.
그런데, 달빛 아래 가게 앞 의자를 물끄러미 보다가, 그만 불쑥 할머니 생각이 나고 만 것이니. 그 품에서 나는 홈리스였고, 타는 담뱃불이었고, 울다 꼬부라진 술꾼이었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