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화/ 1968년생 / 편의점
겨울바람 차다. 잘 웃던 그는 갇혀있다. 아무도
오지 않는다. 찬 왼손을
오른손이 달래고 있을 것이다. 시린 왼발을
오른발이 덮어 주고 있을 것이다.
바람을 막는 비닐 한 장을 바람이
쥐어뜯는다. 창살처럼 그는
요지부동 서 있다. 창살 너머 겨울만이
그를 마주 본다. 크고 힘센 손이
그를 꺼내주지 않는다고
슬퍼할 필요는 없다. 그의 감옥은
사람들의 마음에 있기 때문이다. 겨울바람
차다. 모두가 갇혀있다. 누군가
열 것이다. 흐린 눈보라 속에
작은 입김이
수많은 기억을 불러 낼 것이다. 그의 문이
열리는 힘은 기억하고 견디는 자로부터
일어날 것이다. 입김의 어깨를 짚고
입김의 허리를 세우고 입김의
손을 붙잡고.
2017.12.27
*문정권의 특별사면에 한상균위원장은 포함되지 않았다. 국가보안법과 양심수가 있는 나라는 아직 새로운 나라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