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화/ 1968년생 / 편의점
답답해라
코도 막히고 목도 간질간질
무거운 눈두덩이 자꾸 내리 감기는데
어두운 거리 차가운 바람이
주름에 새겨진 어머니
호미 한 개로 감당할 것을 감당하느라
손가락 휘고 등이 굽으셨으나
남에게 떠 넘기거나 피해가지 않으셨으니
온 몸으로 끙끙 앓으며 견디셨으니
문 열고 나가 선 거리
빗방울 바람에 날려 서릿발 같아도
숨쉬기 편해 좋으네
몸으로 앓지 않고 책으로 배운 사람은
밤낮 책 읽어주는 것 밖에 못하고
만권의 풍상을 앓으며 넘긴 어머니의
미소만한 말씀이 없네
* 감기가 걸려 가뜩 답답한데, 페이스북의 많은 말들을 보면서 또 답답하였다. 길고 긴 글줄 속에 혹시 생의 묘법이나 들었을까 하여 파듯이 읽어가다가, 감자알 한 알도 못건지고 감기걸린 눈만 아픈 지경에, 태이샘 어머니 웃으시는 사진을 보니 갑자기 눈물이 그렁한다. 홀로 5남매 키우신 세월을 다 담은 웃음 한조각, 문득 과부가 되어 5남매 키우시느라 허리가 굽으신 내 고모님 생각도 간절하였다. 용만선생께서 말씀하신 호미하나 품고 산 사람의 경지가 저분들일 것이고, 시골 장터에 가면 저런 은둔고수들이 빽빽하니, 만권의 풍상으로 가르친 5남매가 어찌 헛것이 될까. 그렁한 눈물을 재우느라 담배를 피러 나간 밖은, 작은 빗방울조차 비수같은 세모인데, 콧구멍이 훤하니 숨쉬기 편해 좋았다. 2017.12.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