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화/ 1968년생 / 편의점
형님이 태워주던 꼴지게에선 칡넝쿨 사이 칡꽃 향이 달았다. 어느새 나는 형님보다 여섯 살이나 더 많아졌다. 나보다 한 살 어려서 수줍고 곱던 여동생은 아직도 서른 둘. 나이는 이생의 기록이니, 언제나 그 고운 나이로 머물겠구나. 영원히 열일곱인 아이들도. 영원히 다섯살인 오빠도.
그대들 이제, 힘들어 살이 마르지도, 아파 울지도 않겠구나. 긴긴밤 피 토하고 무서워 잠 못 이루지도 않겠구나. 땅이 꺼지듯 무거운 걸음도 더는 없겠구나.
편하시라, 편하고 기쁘시라. 사람들이 살아서 살려고 버둥거리는 거, 슬퍼하지 말고 애태우지도 말고, 바람의 강처럼 흐르고, 바람의 강에 선 소나무처럼 향되어 날리시라.
거기도 달디 단 비가 내리고, 깨끗하고 소복한 눈이 올 것이니, 꽃 붉고 새 울음 푸를 테니.
다만 나는 살아 이렇게 그립고, 그리워 잔을 채우나니, 즐겁게 드시고 가벼우시라 향을 사르고 술을 따르다. 정유년 시월 이십일.
2017.1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