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화/ 1968년생 / 편의점
눈보라 치는 밖을 털고 들어서는 네가 환했으니
수직갱도 같은 속에 소주를 붓고
겨울소처럼 입김을 되새김질하는 동안
우리 천천히 더워지곤 했지
외투는 시래기처럼 얼고
밤은 젖은 연탄처럼 무거워도
조금만 더 견뎌보자는 말이
오뎅국물을 뒤덮은 늙은 파처럼 떠다녀도
무서운 바람 소리에 귀가 붉어져도
굴뚝 꼭대기 같은 하루
허공에서 포개지던 입김의 힘으로
빙하의 겨울이 뚫리곤 했었네
2017.12.30
* 포장마차에 말(馬)이 없다. 뼈만 남은 이 빈약한 수레로 저 눈보라의 벌판을 통과해가는 일이 또 한해를 보내는 일이고, 또 한해를 맞는 일 같다. 그래도 허공에서 포개지는 입김의 힘에 재갈을 물리고 고삐를 당기면 또 나아가게 될 것이다. 저 벌판도 끝이 있을 것이다. 새해 복 많이 받으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