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화/ 1968년생 / 편의점
가게 밖 어둠은 두터웠다.
바람은 차를 몰고 지나가고
오늘 쌓인 먼지를 밖으로 쓸어냈다.
하루 종일 손님을 타고 온 먼지들이
여기저기에 숨어 있었다
화가 나서 등에 뿔이 돋더라도
그냥 먼지처럼 구석을 찾아 들어가 있으라고
가만히 있다 보면
지금 참지 못하고 내 뱉은 나쁜 말들도 삭아
먼지가 될 거라고
간혹 길 잃고 들어와
술 한 캔 사며 손을 벌벌 떨던 홈리스나
꿀벌이나 참새, 민들레 홀씨들도
한숨 쉬고 쏟아낼 말 많았을 텐데
굳어 먼지가 되고
빗자루에 쓸려 내쫒기면서
어둠에 몸을 숨기고 마는 것은
침묵도 말이기 때문이었다
가만히 가게 문을 닫아도
어둠으로 내 몰린 먼지들은
내일 또 다시 들어올 것이다.
세상엔 말보다 진득한 것이 있어
말이 아무것도 아닌 것을 알게 해 준 것은
소리가 없는 먼지들이었다.
2017.8.15
'소리 없는 먼지'에 대하여 생각하며 추석을 보내봐야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