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화/ 1968년생 / 편의점
바다는 완강하고 단단하였다 시간이 불어와
파랑이 일고 물결주름이 잡혔지만
많은 일을 겪은 노인이 그렇듯 바다도 결코
입을 벌리는 법이 없었다 하나 남은 이를 보이지 않고도
뭍은 바다로 빠져들어갔고 쓰레기들은 뱉어져
부유했다 품지 않겠다는 뜻이었다 품어진 아이들은
개똥불빛이 되어 바닷속을 날며 놀았다 그 웃음소리가
하늘에 비춰져 별빛이었다 어미와 아비가
그리워 눈물 일렁일 때면 별빛도 흔들려 어디선가
꽃 내음이 났다 아픔은 산자의 것일 뿐이라고
함박눈이 내리면 누군가는 아무도 오지 않는 길을 쓸었고
아이들이 혀를 내밀어 눈을 받아 먹는 동안
빈 운동장같은 바다 어디서 맑은 종소리가 울렸다
2016.12.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