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화1968년생 / 편의점

사모思母

박상화 1 1,119

 

 

 

바늘같이 찬 비바람 비껴날리는 겨울 밤

축축하고 비린 숄을 칭칭 두르고 

동전 묵직한 땟국전대로 앞을 가린 어머니가

파랗게 떨면서 손님을 기다리던 생각이 난다

 

늘어진 갈치는 젖은 만장같고

만삭의 도루묵들 툭툭 터진 양수가 어는데

등 굽은 동태처럼 얼어 구부린 어머니가

살지도 죽지도 못해

꾸벅 졸다 깜짝 놀라 깨고 또 졸곤 하시었다

 

부할 부富자는 관冠쓴 아가리 밭을 깔고 앉은 모습이요

가난할 빈貧자는 패물을 나누는 모습인데

나눌 것도 없어 그저 괴로울 곤困자였던 어머니는

장화를 벗어 찔걱찔걱한 물을 쏟고

찬 막걸리 한사발 찔끔찔끔 마시는 동안도

행여 손님 오실까 돌아보고 또 돌아보시었다

 

어제는 머리채 잡고 뒹굴고

오늘은 막걸리통 흔들어 따라주는 시장사람들 

쓰고 아리고 찬 막걸릿잔처럼 찌그린 얼굴들

밭 없어 돈 없어도 자식있으면 부자여

빨갛게 언 볼들 그럼 그럼

고인 물에 어린 불빛 흔들려 깨지는 파장에 

시퍼렇게 언 몸 버석버석 일어서시려고 일어서시려고

 

그 시간 속에 아직도 갇힌 어머니가

매맞고 울던 어머니가

눈물의 힘으로 일어서던 어머니가

아무리 깨져도 굴복하지 않았던 어머니가

그렇게 기다리던 손님이 나였으니

먼 데 계신 어머니 생각에

냉기가 뼈에 스미는 오늘같은 겨울 밤

 

 

2016.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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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신경현
ㅠㅠ 그렇게 기다리던 손님이 나였으니...더 이상 할 말이 없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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