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화/ 1968년생 / 편의점
바늘같이 찬 비바람 비껴날리는 겨울 밤
축축하고 비린 숄을 칭칭 두르고
동전 묵직한 땟국전대로 앞을 가린 어머니가
파랗게 떨면서 손님을 기다리던 생각이 난다
늘어진 갈치는 젖은 만장같고
만삭의 도루묵들 툭툭 터진 양수가 어는데
등 굽은 동태처럼 얼어 구부린 어머니가
살지도 죽지도 못해
꾸벅 졸다 깜짝 놀라 깨고 또 졸곤 하시었다
부할 부富자는 관冠쓴 아가리 밭을 깔고 앉은 모습이요
가난할 빈貧자는 패물을 나누는 모습인데
나눌 것도 없어 그저 괴로울 곤困자였던 어머니는
장화를 벗어 찔걱찔걱한 물을 쏟고
찬 막걸리 한사발 찔끔찔끔 마시는 동안도
행여 손님 오실까 돌아보고 또 돌아보시었다
어제는 머리채 잡고 뒹굴고
오늘은 막걸리통 흔들어 따라주는 시장사람들
쓰고 아리고 찬 막걸릿잔처럼 찌그린 얼굴들
밭 없어 돈 없어도 자식있으면 부자여
빨갛게 언 볼들 그럼 그럼
고인 물에 어린 불빛 흔들려 깨지는 파장에
시퍼렇게 언 몸 버석버석 일어서시려고 일어서시려고
그 시간 속에 아직도 갇힌 어머니가
매맞고 울던 어머니가
눈물의 힘으로 일어서던 어머니가
아무리 깨져도 굴복하지 않았던 어머니가
그렇게 기다리던 손님이 나였으니
먼 데 계신 어머니 생각에
냉기가 뼈에 스미는 오늘같은 겨울 밤
2016.12.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