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화1968년생 / 편의점

마흔아홉 겨울, 대설

박상화 1 1,113

 

 

 

눈이 온다 날이 흐리다

마음 깊은 곳 얼음 배긴 응달에 눈 날린다

쌓여 

다시 얼 것이다 한 뼘일지

두 뼘일지 모를 얼음의 아래 그 아래에

훼손되지 않은 미이라처럼 푸르게

너는 잠들었다

 

얼음이 녹아 흐르는 것이 눈물이다

누구나 감격이 필요하였다

봄은 얼음이 녹는 시점, 촛불이 하나 둘 켜지면서

눈물이 흐르면

봄이 오는 것이었다

 

광장에서

잠들었던 너를 만나고 같이 걸으며

무엇이 너를 얼음 밑에 잠재웠던가를 생각했다

 

먹고 살기 위해서

부정한 것을 스쳐지나가던 나날들

눈 떴으므로 묻어야 했던 친구의 무덤을 지나

눈 감은 댓가로 떠 넣던 한술의 밥

그 뜨뜻함이 불편했다 

소주를 마셔도 더는 눈물이 흐르지 않아

막막하던 겨울 밤의 두께들

 

눈은 바람에 흩날리며

허공에서 떠 다니는 듯했지만

이내 쌓여갔다 하얀 무덤이 광장을 덮었으나

천천히 깨어나 다시 만난 너와

마음은 오히려 녹아 눈물이 흐르고 있었으니

나는 촛불을 들고

눈발처럼 떠다녔다 어딘가 내려앉아

하얗게 세상을 덮고

다시 녹아 흐르리라고

 

 

2016.1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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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신경현
말기/눈이 왔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며/깜깜한 하늘을 쳐다 본다/금방이라도 눈이 내릴것 같았으나/눈은,/내리지 않는다/갈데도 없고 오라는데도 없는/일렁이는 불빛들의 도시/눈은,/끝내 오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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