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화/ 1968년생 / 편의점
소주 한잔 따라 놓고 대청마루에 혼자 앉다
처마 타고 날리는 굵은 빗줄기
댓돌에 구멍이 뚫렸네
칫간 문짝이 제 혼자 열렸다 닫히는 소리
대낮부터 온통 캄캄한 하늘
번쩍 번쩍 벼락치고 우르르 꽝 천둥치고
뒷동산 대숲이 쏟아질듯 휘몰리는 소리
풍랑에 조각배 띄우고 혼자 앉은 것 같은데
집 비우고 주인은 어딜 갔노
세상이 이렇게 시끄러우니
기다리는 건 심심치 않아 할만한데
따라놓은
찬 소주 식을까 걱정이네
2014.10.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