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화/ 1968년생 / 편의점
오래전 추운 연말에 사장이 연말상여금 오십만원씩을 주면서
운전기사에게만 이십만원을 주었다
운전기사님이 이 사실을 알고는
깡소주 두병먹고 더럽다며 이십만원을 버려버렸다
누군가 횡재를 하면 누군가 손해를 보는 것이 땀의 법칙이다
"땀흘려 일해도 곤궁하다면 누군가 땀보다 많이 횡재하고 있다"는 단 한줄이
우리의 헌법이다
그것이 우리의 분노다
삭신이 쑤셔도 노력이 부족하다 생각하고
잠이 모자라도 스스로 때려 깨우며 한푼을 버는 동안
700억이니 2조니
광장의 백만명에게서 뺏은 돈들이 tv속에만 떠다닌다
금뺏지들 우루루루 쏠리는 것만 보여주는 방송은
더럽다
그러므로 나도 광장에 나가겠다
광장에 나가 이 더러운 마음을 버리겠다
광장에 나가 이 분노한 마음을 던져 버리겠다
찌그러진 냄비 이빠진 국자 아끼고 아끼던 것들
돈에 찌들어 타들어가던 옹졸함도 던져버리고
삽 쇠스랑 망치 니빠 연장들
숟가락 젓가락 다 집어 던지고
'이게 나라냐'나라의 국민노릇 종노릇도 던져 버리겠다
내가 던진 더러움으로 저것들을 묻어버리고
돌아와 다시 즐겁게 살겠다
우리는 언제나 빈손이었다
빈손으로 땀을 일구어 밥을 지어 먹었다
다 던져버리고 다시 시작하겠다
빈손으로 시작해도 땀만 있으면 산다
너희들만 없다면
일구면 빼앗아가고
일구면 빼앗아가는
너희들만 없다면
2016.12.01
여전히 촛불은 부르주아 지배질서의 내부이자 부르주아 지배질서의 수단이다.
하지만 광장에 나감으로써 촛불은 자기 삶에 대한 질문을 시작할 수 있고 대화가 출발하고 곧 논쟁으로 풍부해질 것이다.
소용돌이치는 격렬한 논쟁 속에서 다른 삶은 자신의 모습을 비추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