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화/ 1968년생 / 편의점
드넓은 아스팔트 바닥에
꼭 거기에
제 뿌리 내릴 곳 있는 걸
작은 풀은 어떻게 알았을까
금 간 블럭담 모퉁이를 돌아
촘촘한 창의 불빛들이
머리를 맞대고 살아가는 산동네 방 한칸으로
돌아가는 길
기적을 울리고 달리는 힘찬 화물열차도
좁은 궤도만이 발 붙일 세상
세상이 아무리 넓어봤자
온 세상에 두 발바닥 붙일 수는 없는 노릇이고
시애틀, 홍콩, 런던을 오간대도
네모난 작은 방에서 방으로 옮겨다니는 것 뿐이니
조바심이나 절망은
지금 욕심을 내고 있다고 알려주는 온도계 같은 것
공부 안하고 1등이 되기를 바라는 것처럼.
복권이 맞아 주기를 바라는 것처럼.
꿈을 향해 걸어갈 때도
네게 필요한 것은 발바닥 만큼의 땅
꼭꼭 밟고 걸어가라
2014.10.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