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화1968년생 / 편의점

​작은 풀의 노래

박상화 0 922

 

 

 

드넓은 아스팔트 바닥에

꼭 거기에

제 뿌리 내릴 곳 있는 걸

작은 풀은 어떻게 알았을까

 

금 간 블럭담 모퉁이를 돌아

촘촘한 창의 불빛들이

머리를 맞대고 살아가는 산동네 방 한칸으로

돌아가는 길

 

기적을 울리고 달리는 힘찬 화물열차도

좁은 궤도만이 발 붙일 세상

 

세상이 아무리 넓어봤자

온 세상에 두 발바닥 붙일 수는 없는 노릇이고

시애틀, 홍콩, 런던을 오간대도

네모난 작은 방에서 방으로 옮겨다니는 것 뿐이니

 

조바심이나 절망은 

지금 욕심을 내고 있다고 알려주는 온도계 같은 것

공부 안하고 1등이 되기를 바라는 것처럼.

복권이 맞아 주기를 바라는 것처럼.

 

꿈을 향해 걸어갈 때도

네게 필요한 것은 발바닥 만큼의 땅

꼭꼭 밟고 걸어가라

 

 

2014.1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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