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화1968년생 / 편의점

만추晩秋

박상화 4 1,533

slider

 

 

 

늦가을 그 날

살면서 본 가장 아름다운 만추晩秋의 단풍丹楓

거리에서 골목에서 모든 길에서

광장으로 광장으로 쏟아져 나온 단풍

 

차벽을 뚫고

금지를 넘어

무진장 무진장 피어난 단풍

 

소음과 매연 적막하던 오차선 도로를  

뒤덮고 뒤덮은 만추의 질서는 아름다웠다

 

하야하라

퇴진하라

도망가라

오만, 십만, 백만의 단풍, 단풍

 

권력은 겁을 먹고 자라는 허깨비라서

옷을 벗는 순간 지인들이 등을 돌리고

수족이 먼저 욕을 하지만

 

늦가을 그 날

붉디 붉은 마음 보여준 민중의 힘은

모든 걸 지탱하던 바닥의 힘

참고 견디던 힘

 

격정의 밤이 가고

새로운 차벽이 다시 이 거리를 통제한다 해도

흰 뼈에 채찍같은 겨울 눈보라 휘몰아친다 해도

 

봄 꽃보다 붉은 가을 저녁으로부터 

동아冬芽가 잉태되고

겨울을 이기는 힘이 존재한다는 것을

보는 눈조차 뜨겁게

활활 타오르며 가르치던 만추의 단풍, 단풍

 

 

2016.11.5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플러스로 보내기
  • 카카오스토리로 보내기
  • 네이버밴드로 보내기

Comments

김영철
가을에 물들은 광장에 단풍들
붉게 물든 가지 끝에 나를 매달고
빼앗겨버린 나를 찾아간다

떨어지면서도 차오르는 함성에는
자유와 존엄이 차곡히 쌓이고
쌓이는 발자국에는 파국을 넘어
내일에 새로운 길이 되리라


읽고안 있다가 읍조리다 가슴만 먹먹하고
위로받고 가슴 여미네
붕어
12일은 백 만이 모일 거예요.
그 보다 많이 모일 거예요...^---^
박상화
이걸 써 놓고나서, 최순실 변호사 이경재가 말하길 민중은 낙엽과 같다고, 곧 흩어질 거라고 했다던 카더라 통신을 들었습니다. 만추지절에 단풍처럼 붉은 민중의 정직한 마음을 노래한 것인데, 그게 낙엽이 되면 어쩌나, 이 시의 뉘앙스에 낙엽으로 오해될 부분이 있나를 고민하다가, 의도가 아니니 아니라고 보고 올리긴 했는데, 영 개운하지가 않습니다.
그동안은 시를 올리기 전에 퇴고하면서 스스로 울컥하는 마음이 있는 것만 올렸는데, 이 시는 침묵만 하고 잇을 수 없는 써야할 시기라서 썼으나 무언가 스스로 울컥하는 것이 없었습니다.  그것은 현장을 가 보지 못한 때문인지도 모르고, 저 단풍의 끝이 귀결되어지지 않아서 인지도 모르겟습니다. 아직 더 두고 봐야겟습니다.
조성웅
만추의 단풍, 좀 평이하다.
특별하던지, 아님 특이한 힘을 발견하든지
카테고리
반응형 구글광고 등
최근통계
  • 현재 접속자 1 명
  • 오늘 방문자 30 명
  • 어제 방문자 414 명
  • 최대 방문자 2,936 명
  • 전체 방문자 462,722 명
  • 전체 회원수 15 명
  • 전체 게시물 15,811 개
페이스북에 공유 트위터에 공유 구글플러스에 공유 카카오스토리에 공유 네이버밴드에 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