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화/ 1968년생 / 편의점
늦가을 그 날
살면서 본 가장 아름다운 만추晩秋의 단풍丹楓
거리에서 골목에서 모든 길에서
광장으로 광장으로 쏟아져 나온 단풍
차벽을 뚫고
금지를 넘어
무진장 무진장 피어난 단풍
소음과 매연 적막하던 오차선 도로를
뒤덮고 뒤덮은 만추의 질서는 아름다웠다
하야하라
퇴진하라
도망가라
오만, 십만, 백만의 단풍, 단풍
권력은 겁을 먹고 자라는 허깨비라서
옷을 벗는 순간 지인들이 등을 돌리고
수족이 먼저 욕을 하지만
늦가을 그 날
붉디 붉은 마음 보여준 민중의 힘은
모든 걸 지탱하던 바닥의 힘
참고 견디던 힘
격정의 밤이 가고
새로운 차벽이 다시 이 거리를 통제한다 해도
흰 뼈에 채찍같은 겨울 눈보라 휘몰아친다 해도
봄 꽃보다 붉은 가을 저녁으로부터
동아冬芽가 잉태되고
겨울을 이기는 힘이 존재한다는 것을
보는 눈조차 뜨겁게
활활 타오르며 가르치던 만추의 단풍, 단풍
2016.11.5
붉게 물든 가지 끝에 나를 매달고
빼앗겨버린 나를 찾아간다
떨어지면서도 차오르는 함성에는
자유와 존엄이 차곡히 쌓이고
쌓이는 발자국에는 파국을 넘어
내일에 새로운 길이 되리라
읽고안 있다가 읍조리다 가슴만 먹먹하고
위로받고 가슴 여미네
그 보다 많이 모일 거예요...^---^
그동안은 시를 올리기 전에 퇴고하면서 스스로 울컥하는 마음이 있는 것만 올렸는데, 이 시는 침묵만 하고 잇을 수 없는 써야할 시기라서 썼으나 무언가 스스로 울컥하는 것이 없었습니다. 그것은 현장을 가 보지 못한 때문인지도 모르고, 저 단풍의 끝이 귀결되어지지 않아서 인지도 모르겟습니다. 아직 더 두고 봐야겟습니다.
특별하던지, 아님 특이한 힘을 발견하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