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화1968년생 / 편의점

​책장을 넘기며

박상화 0 887

 

 

빨리 커서 

정의로운 사람이 되겠다던 꿈이 오롯했던

내 인생의 책장을 넘긴다

이십년 삼십년을 기다려도

한 뼘도 더 커지지 않는 키, 정의가

굽신하여 밥먹고 사는 게 된지 오래.

아이들은 

허름한 옷을 입혀도

벼를 빨아들이는 탈곡기처럼 무섭게 크고

하루 하루의 책장은 풀 칠 한 듯 똑같다

뭐가 정신없이 바쁘다가 돌아보면 

책갈피는 비어있고

두툼한 껍데기만 골병이 들어있다

30년 동안 나는 

책장을 넘기기만 바빴다

한 줄이라도

기억할만한 기록을 남기지 못했고, 알콜로 된 

잉크는 모두 증발하였다.

이렇게 깨끗하게 살았구나, 감탄을 하며

소주를 한 잔 따른다.

이유도 모르고 슬프고 서러워 진다.

 

 

2014.1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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