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화/ 1968년생 / 편의점
한 사람이 서 있다
비가 오고 바람이 불었다
날이 개고
비가 오고 바람이 불었다
나무가 부러지고 쓰러지고 날아갔다
빗소리 바람소리 흐느끼는 소리
어둡고 젖었으나
못박힌 것처럼 한 사람은 서 있다
날이 개고
햇살이 촘촘히 비추었다
새들이 몰려왔다 몰려갔으나
서있는 사람에게선 작은 잎하나 나지 않았다
낡은 홑겹마저 삭아 갔다
쉬지 않고 일 했으나
낮에도 밤에도 비가 와 어두웠다
바람은 비닐막을 찢어 날렸고
어둡고 추워
빗소리를 타고 내리는 울음소리가
바람에 날려가는 신음소리가
잇새를 빠져나오던 휘파람처럼 지나가도
비가 오고 바람이 불었다
날이 개고 비가 오고
한 사람이 서 있다
2016.10.17
눈부신 찰라에
세상이 열리고
절망은 순간의 영원속에
미소 짖고 있다
나비가 홀로 서있다
한사람이 서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