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화/ 1968년생 / 편의점
자꾸 비틀려 타개지는 마른 기둥과
빗물 뚝뚝 떨구는 청태앉은 처마와
두툼한 눈이불 기웃한 장독대,
웃목에 밤새 꽁꽁 얼던 이빠진 사발과
사과꽃잎 위를 떠가던 삐걱삐걱 툇마루에서
바늘 땀마다 한숨이던 사랑하는 사람과
내는 말이지요, 그래도 오래 같이 살
집을 한 채 짓겠소
무거운 노동에 굽은 아버지 기침소리와
앙상한 솔숲을 훑던 바람소리와
어둑한 들보에 달린 알전구 흔들던 천둥소리,
공부를 그만해야 해서
아궁이에서 타들어가던 책의 흐느끼던 소리와
가난만이 들을 수 있는 소리로 부터
내는 말이지요, 남루襤褸해도 죄없는
집을 한 채 짓겠소
평생 빈 길 찬바람 뿐이던 거친 손
온 몸 마디마디 박힌 땀이 굳어 온 세월
반쯤은 흙에 배깔고 엎드려 살았어도
들보를 지고 기둥을 지고
흔들림 없이 한 생을 기다려 온 주춧돌처럼
내는 말이지요, 창호불빛 도란도란 따뜻한
집을 한 채 짓겠소
남루해도 따뜻한 집이
사람 사는 기고, 죄없는 시詩인 기라
인심 삐뚤어진 대문도 바로잡고
꽉막힌 구들도 뚫고
겨울 찬바람에 떠는 창호도 따뜻하게 고칩니다
은퇴한 늙은 형님도 노숙하는 아재도
손 조금씩 같이 맞잡고 하입시다
동네목수 조씨,
연장주머니 차고 어슬렁어슬렁
뚝딱뚝딱
2016.10.14 선남형 2시집 출간을 축하하며
그의 숨결 거친손과 가슴에도 전태일의 불꽃같은 삶을 살아왔으니 말이네
15년만에 나온 시책 어찌 만나 볼까?
축시 소담한 마을목수 조씨가 진하게 다가오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