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화/ 1968년생 / 편의점
어느 날부터 그는 두발로 걷게 되었다.
두발로 걸어야만 했기 때문에
엄지발가락이 굵고 짧아져 온 몸을 지탱하게 되고
골반이 뒤틀려 옆으로 넘어지지 않게 되면서
척추가 서고
머리를 젖혀 하늘을 볼 수 있게 되었다.
발가락과 골반과 척추와 머리가
대를 이어 진화하는 것이 아니라
당대의 생존을 위해 혁명적으로 변해야만 했다.
에너지 소비가 많은 네발 이동보다
에너지를 아끼는 두발 걷기로,
그가 쉬는 것을 좋아하는 것은
게을러서가 아니라
생존을 위한 에너지 절약의 전략이었다.
먹을 걸 주던 나무 위에서 네개의 손을 사용하던 그가
굳이 위험한 땅으로 내려와 두발로 걷게 된 이유가 뭘까?
모든 나무가 차가와진 빙하기 때문이었을까?
단 하나 확실한 건
살아야 했기 때문이었던 것이다.
땅은 위험했고
두발로 걷는 건 더 위험했음에도 불구하고
그 위험으로 들어가는 것만이 살 수 있는 길이었다.
환경이 사람을 만든다.
불우한 환경이 사람을 만드는 것은
최초의 인류부터 이어진 혁명의 유전자 때문이다.
먹을 걸 주던 회사에서 해고되고
빈 바닥으로 내려와
그는 이제 두발로 걸어야만 했다.
살기 위해 그는
뼈가 변하는 고통을 감수하기로 했다.
손이 발이 되도록 걷는 고통과
하늘을 올려다 보는 직립의 의지를 바꾼 그는,
나무에 종속된 피사체가 아니라
스스로 나무를 심고 가꾸는
사람이 되었다.
2016.10.06
비오고 산뜻한 아침 시 한편으로 세안을 하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