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화1968년생 / 편의점

​무소유 전봇대

박상화 0 809

 

 

 

전생에 지은 죄가 얼마나 많길래

나 여기, 헐벗고 서서 전기줄에 묶여 있나

옴짝달싹도 못하고

지나가는 개조차 밑둥에 오줌을 싸고 가는 형벌

전단지를 붙이는 사람도 떼는 사람도

제 먹고 살기에 바빠 돌아봐주지 않는 길가

밤이면 전구하나 켜고

꾸벅꾸벅 졸면서 기다리는 

아찔한 삶으로부터의 해방

무엇을 더 내려놓고 버리란 말인가

분노가 아니면 슬픔

누군가, 세상을 낚는 거미줄 같은 전선을 엮어

나를 여기에 묶어둔 자는.

 

 

2014.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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