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화/ 1968년생 / 편의점
전생에 지은 죄가 얼마나 많길래
나 여기, 헐벗고 서서 전기줄에 묶여 있나
옴짝달싹도 못하고
지나가는 개조차 밑둥에 오줌을 싸고 가는 형벌
전단지를 붙이는 사람도 떼는 사람도
제 먹고 살기에 바빠 돌아봐주지 않는 길가
밤이면 전구하나 켜고
꾸벅꾸벅 졸면서 기다리는
아찔한 삶으로부터의 해방
무엇을 더 내려놓고 버리란 말인가
분노가 아니면 슬픔
누군가, 세상을 낚는 거미줄 같은 전선을 엮어
나를 여기에 묶어둔 자는.
2014.10.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