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화1968년생 / 편의점

​故 백남기선생님

박상화 3 1,299

 

 

 

햇살이 하얀 쌀처럼 논둑에 쏟아질 때

잔 민들레 환히 피어 흔들리면서

이 좋은 날 할아버진 어딜 가셨나

햇짐 지고 자박자박 지나가시다

눈 맞추고 허허 웃어주실 걸

 

하얀 쌀 대신 캡사이신이 광장에 쏟아질 때

쌀 값 약속 대신 망치같은 물대포로 

할아버지의 머리를 때렸을 때

국가도 대통령도 하얀 포말로 바닥에 흩뿌려지고

국민들의 어떤 믿음도 무질서해진 시간

 

도열한 하얀 국화꽃만이 

이 나라에 남은 단 한가지 진실일 때

징- 징- 징을 치시며

입벌린 생명들아 밥을 담아라

따뜻한 밥 담고 따스히 살아라

제 힘, 제 땀으로 사는 것이 제일 예쁘다

흙을 파던 뿌리같은 손으로

처진 등을 두드려 주시는

 

이 좋은 날 할아버진 어딜 가셨나

햇짐 지고 징- 징- 징을 치시며

도열한 국화꽃 한가지 질서로부터 가자

하나씩 하나씩 걸어 나가자

차벽이 질서가 아니고

대통령의 약속이 진실이 아닐 땐

태풍에 쓰러진 논처럼

슬픔을 이기고 일어나 한 묶음 한 묶음

다시 세워나가야 쌀이 된단다

 

징- 징- 징소리

쓰러진 벼를 일으켜 세우는 

할아버지 목소리

논둑을 따라 거리를 따라 하얀 쌀처럼 쏟아지는 

징- 징- 징이 울리는 소리

 

 

2016.10.2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플러스로 보내기
  • 카카오스토리로 보내기
  • 네이버밴드로 보내기

Comments

김영철
보성에는 사편제라는 흐드라지는 가락이 땅에 하늘에 배여있다 차밭은 유명세을 타고 있지만 그보단 남도중에서 가장 유순한 농부와 학자들의 터 였다
일찍히 천주교의 문물이 들어와 지주와 소작인들의 갈등이
완화된 고장이기도 했다
시가 참 좋네 마치 동네에서 징을 치며 사시듯  모습이 훤하네  울림도 좋고  터국에서도 이리 합장 하는데 나는.....
신경현
왜 백남기열사라 부르지 않고 백남기 농민이라 부르는지 잘 모르겠네요..일각에선 규탄이네 진실규명이네 하는 것들이 맞는건지 이야기를 하고 물론 저는 이 정권, 아니 역대 정권들 모두가 규탄이 아니라 타도의 대상이라 생각하고 있지만 요즘엔 다들 그런 말들 하기가 꺼려지는 것 같습니다.제가 있는 공공운수노조도 서울시장과 민주당에 기대어 공공성 강화와 노예 연봉제 저지를 기대고 있으니 할말은 없습니다.갈수록 대중들의 힘과 대중들을 조직하기 보다 알량한 국회의원의 힘에 기대어 투쟁을 전개하려고 하니 많이 꼬이는 것 같습니다. 최근에 백남기 열사의 사인을 두고 병사네 외인사네 하고 떠들어 되고 있는 모습들을 보니 참 가관도 아니네요..그것이 병사든 외인사든 중요한 것은 결국 적들의 물대포에 맞아 운명을 달리하신 것인데 이를 두고 왈가왈가하는 게 적들의 프레임에 걸려든 것 같기도 하고 그러네요..적들이 병사를 근거로 부검 운운하는 건 대중들의 분노와 투쟁으로 막아내야 할 것인데..저도 크게 도움이 되지 못해 부끄럽네요.
박상화
고인을 어떻게 부르는 지에 따라 마음이 보이는 것이 아닐까? 농민은 천하의 근본이라는 말을 따르고 싶은 사람들이 농민이라 부르는 것이 아닐까싶다. 그분의 죽음은 천하의 근본의 죽음이라는 뜻이 들어 있는 성 싶다. 고인의 행적을 보면 고인은 전사의 삶을 사셨더라. 끝없이 불의한 정권에 싸우는 인생을 사셨지. 전사라고 불러야 한다. 올곧은 뜻으로 인생을 사시고 실천으로 보여주고 가르쳐주셨으니 선생님이라고 불러야 하고, 불의한 정권에 맞서다 돌아가셨으니 열사라 불러야 한다. 어떻게 부르든 남은 자의 마음에 고인 뜻일 것이다.
정치 프레임은 언급하고 싶지 않구나. 부정선거를 숨기려 세월호를 엎은 것들이 고인도 죽인것이나 아닌지도 알 수 없는 일이고, 시선을 끄는 쪽의 이면에 딴것을 감추고 잇는 게 정치프레임이란 것이어서.
카테고리
반응형 구글광고 등
최근통계
  • 현재 접속자 2 명
  • 오늘 방문자 251 명
  • 어제 방문자 534 명
  • 최대 방문자 2,936 명
  • 전체 방문자 468,270 명
  • 전체 회원수 15 명
  • 전체 게시물 15,811 개
페이스북에 공유 트위터에 공유 구글플러스에 공유 카카오스토리에 공유 네이버밴드에 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