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화1968년생 / 편의점

사과나무 그늘

박상화 2 1,238

 

 

사과들이 사과나무 발치에 떨어져 썩어갑니다. 

가을 햇살은 뜨거워

사과나무 그늘 만들어 가려보지만

하루종일 애써도 한쪽 밖에 못 가립니다. 

 

몸빼 입고 선 저 사과나무

읍내 미용실에서 동네 아줌마들이랑 맞춘

파마머리 수줍던 어머닙니다.

 

해가 곧 꼴딱 넘어갈 텐데

멀리 굴러 가 썩는 사과까지 

어머니 그림자 닿을락 말락

 

흙파서 키운 자식들

다 익어 떨어지고 굴러간 뒤에도

품으려 안간힘 쓰다 

미안하다 미안하다 하십니다.

 

 

2016.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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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김영철
배밭 과수원에는 어무이 치마폭에서 자란 내새끼들이 우수 낙과 되어있다  맛난것은 벌레들이 먼저 알고 낙과된 배들은 새로운 생명을 잉태 하지만 달린배보다 낙과한 배들에게 눈이가고 아까웁다 흙으로 빚으신 어무들 여름 땀내음이 송글하다 올 가을에는 과일이 풍년이라 하지만 모든 농사에는 진한 땀과 발걸음과 품이 배여있다 가을시 참좋네
박상화
감사합니다. 여긴 과수원이 없고, 그저 집마다 나무들을 길러서 솎아 주지도 않고 자연 그대로 내버려 둡니다. 그러니 이 가을이면 사과나무 밑둥엔 떨어진 사과가 천지고, 데굴데굴 굴러간 놈들도 꽤 됩니다. 물론 관리를 안해주니 사과는 알이 잘고 퍼석합니다. 그러고 가을 햇살을 이고 선 사과나무 한그루가 갑자기 뽀글파마를 하고 몸빼를 입은 어머니같아 보였습니다. 그 그늘이 낙과를 가리는데, 사방팔방 떨어진 놈들을 다 가려줄 수가 없었지요. 해는 저물어 가고 맘만 바쁘신 어머니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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