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화/ 1968년생 / 편의점
돼지적(炙) 굽는 연기 마당에 북적하고
찬 소줏잔은 둘러 앉은 술상에 있네
호방한 말 호탕한 웃음 속에 앉은 낡은 집
어린시절 풀벌레가 아직도 우네
밤은 푹푹 깊어라 짧은 밤은 자꾸 깊어
문득 까무룩하던 깊은 잠 그리워라
어두운 하늘에 혼자 뜬 달처럼
홀로 앉은 내 밤도 푹푹 깊어가네
주인없는 술잔은 찬장에 고이 엎어져 있겠지
오줌싸개 어린 날을 떠들다 내 생각도 나겠지
작은 형님은 아직도 소주짝을 놓고 술을 드실까
큰 형님은 이제도 컵술을 드실까
술상 엎던 막내형님 소따라 가신지 오래
대문간 붙잡고 기다리시던 큰 아버님도 벌초 잡수셨네
사촌들 오촌들 환하게 모인 마당
드문드문 빠진 이들 먼 밤 가운데 떠서
그 낡은 집 마당에 눈 못떼고 밤새 들여다 보리
2016.9.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