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화1968년생 / 편의점

부산 정관지회

박상화 0 1,065

 

 

한번도 가 본적 없는 

작은 공장들, 멀고 먼 부산 어느 마을에

초가을 저녁 들판 반딧불 처럼

모여서 더 환한 노동조합이 있답디다, 정관지회.

 

거기는 노동자들의 나라

오래도록 정직했던 착한 깃발이 나부끼기를 멈추지 않고,

바닥 냉기를 막아주는 스치로폴도 따스함 버리지 않아,

차례차례 순번대로 철야농성을 한답디다.

밤 으슥도록 찬 쏘주 한 잔이 용기를 주면,

낡은 공장 담벼락을 돌아 두런두런 밝아오는 새벽까지

날마다 서로 믿는 눈빛 흐려지지 않고 

 

거기는 노동자들의 나라

우리는 소처럼 일하였으니 사장도 약속을 지켜야 한다며

천막을 치고 농성을 하는 데,

늙은 노동자, 젊은 노동자 한결같이

무쇠를 내리 찍는 게 날마다 일인 사람들이랍디다.

착하기는 황소 같은 두 눈에서 눈물이 두룩두룩 떨어질 것만 같고

뚝심 쎈 두 팔뚝에는 노동이 기록되어 지워질 날 없는 데,

거짓말 하는 건 절대 참을 수 없어

간부들 보다 조합원이 먼저 농성천막에 가 앉는 나라

거기는 노동자들의 나라

쉬지 않고 정직하게 나부끼는 깃발을 믿고

쏘주 한잔에 정을 나누는 동지를 믿고

 

산을 넘고 들을 지나 강을 건너가면

조그맣고 조그만 불빛이 있으리니,

낡은 담을 에돌아 올 새벽을 기다리며

날마다 꺼지지 않는 천막이 하나 있으리니,

한번도 가 본적 없는 정관지회.

불쑥 들러도 등 두드려 맞아줄 사람들 있어

무쇠를 찍던 손으로 다숩게 잡아줄 사람들 있어

보이지 않아도 다 알 수 있는 따스한 나라

거기는 노동자들의 나라

 

2001/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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