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화/ 1968년생 / 편의점
참새가 들어와 출구를 찾아 빨리 날다가
유리창에 머리를 찧고 떨어졌다.
더듬더듬했으면 안죽었을텐데
허둥지둥하다가 죽었다.
살려면 빨라야 된다고 배웠을 것이다.
그러나 보이지 않는 유리가 있어
배움과 좋은 눈과 날개를 새는 죽는데 썼다.
어디서 왔느냐고 물으면 코리아라고 한다.
물었던 이가 아는 한국어로 친근감을 표시한다.
"빨리빨리!"
이것이 그가 아는 유일한 내 모국어
나는 더듬더듬 걸으며 생각한다.
더듬더듬이라는 말 속엔
안전이 들어있고, 추가 고용과 비용이 들어있고,
유리벽을 생각할 시간과 가정이 들어 있다.
정시출근보다 지각 결근이 더 많던 제시에게
한번만 더 그러면 짜른다 했더니
짜르는 건 괜찮지만
경고는 자기를 존중하지 않는 거라며 화를 냈었다.
해고보다 존중받는 일이 더 중요한 문화 앞에서
해고보다 작은 일이라고 감정을 무시한 나의 습성이
깊이 뿌리내린 빨리빨리의 원형이었다.
나무를 바꾸려면 뿌리를 뽑아야 하는 일이 있었다.
2016.9.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