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화1968년생 / 편의점

식사

박상화 1 1,150

 

 

밤 10시, 달도 멀고 먼 시골 구멍가게

리치와 브라이언이 왔다.

오늘도 먹어야 하기에.

 

철길 옆 창고 뒷담이나 폐공장 모퉁이

가시 억센 블랙베리, 엉컹퀴 무성한 틈새에서

쪼그려 술 마시고 밤새 졸다가,

서늘한 아침 로타리에서 모은 돈푼으로 낮술 마시고 

또 어느 억센 풀 틈새에서 졸다가.

 

좋아서 헤헤 웃다가

허공에 따지다가

모진 놈한테 걸려 매도 맞고 

평화를 찾아 

손가락질 없고 폭력없는 자리를 찾아

도시를 뱅글뱅글 걷고 또 걷다가.

 

뼛가죽 덮고 짊어진 게 전재산이라

알미늄캔 모아

사십릿길 쩔그럭쩔그럭 걸어다 팔기도 했는데

고물 시세가 죽은 후엔

구걸로 술을 산다.

 

밤 10시, 하루 한끼의 식사.

시리얼과 우유와 냉동푸드를 복지카드로 사서

허겁지겁 인적없는 시간을 삼키다가

어느 결에 사라졌는지

쓰레기통에 비스듬히 누운 냉동푸드 껍데기처럼

길자국만 남기고 사라진 민달팽이처럼

 

 

 

2016.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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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신경현
우리 모두는 어쩌면 이 '인적없는 시간을 삼키'고 있는지 모르겠네요..인적없는 곳에서 느닷없이 죽음을 맞이하기도 이별을 하기도 그리고 인적없는 시간에 사랑하는 사람과 뽀뽀도 살짝 할 수 있고..하지만 대부분의 '인적없는 시간'들은 외로움과 쓸쓸함을 던져주고 갈 뿐이네요.한 끼의 식사를 위해 가난한 세상의 모든 리치와 브라이언들이 오늘도 쩔그럭쩔그럭 발목에 쇠줄을 차고 가고 있는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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