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화/ 1968년생 / 편의점
빗물 한방울 툭 팔을 스쳤다.
네가 잡아 끌듯
감당할 수 없는 긴 비 쏟아졌다.
이 장마는 그치지 않는다.
바다에 잠긴 창(窓)은 어둡고
처마는 종일 울며 화강암 기단돌을 팠다.
눈물보다 단단한 것이 없다.
우레가 등짝을 치고
번개가 얼굴을 찢을 때마다
상처난 뿌리로 움켜쥔 네 하얀 손이 찼다.
희망까지 비우지 않으면 버틸 수 없다.
장마지면 물길이 바뀌고
장마지면 쓸려가고
장마 끝이 환하게 개일 때까지
기나긴 비 그치지 않는다. 어둡고
하루 종일 운다. 수직으로 선 눈물이
기울어진 하늘을 떠받쳤다.
내일은 너무 무거워
오늘만 지고 서 있기로 한다.
2016.09.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