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화/ 1968년생 / 편의점
분노는 먼지처럼 쌓여 조금씩
굳어 가고 있었다 이 분노때문에
나는 기어이 화석이 되고 말 것이다
나는 알고 있다
내가 하는 일이 미궁을 만드는 일이라는 것을
날은 저물고 어둠 깊은데
흰 성벽처럼 나를 둘러 싼
단단한 서류뭉치는 문이 없다
굽어진 등은 배기고
손가락도 떨리고
숙제를 다 못한 어린 날처럼
사무실은 넓고 멀고 아득하다
나는 알고있다
내가 하는 일이 사슬을 만드는 일이라는 것을
그 사슬에 내가 먼저 묶여 일하고 있다는 것을
2002.05.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