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화1968년생 / 편의점

​사무직 2

박상화 0 874

 

 

분노는 먼지처럼 쌓여 조금씩 

굳어 가고 있었다 이 분노때문에

나는 기어이 화석이 되고 말 것이다

나는 알고 있다

내가 하는 일이 미궁을 만드는 일이라는 것을 

 

날은 저물고 어둠 깊은데

흰 성벽처럼 나를 둘러 싼

단단한 서류뭉치는 문이 없다

굽어진 등은 배기고

손가락도 떨리고 

숙제를 다 못한 어린 날처럼

사무실은 넓고 멀고 아득하다

 

나는 알고있다

내가 하는 일이 사슬을 만드는 일이라는 것을

그 사슬에 내가 먼저 묶여 일하고 있다는 것을

 

2002.0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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