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화1968년생 / 편의점

보도블럭

박상화 2 1,146

 

 

너를 만든 한 노동자를 기억하는지

땡볕아래서 굵은 땀 흘리던 그를

 

가난하였을 거야

바짓가랑이 붙잡는 꼬마 하나쯤 있던 사람이었겠지

참으로 많은 수모, 괴로운 일상의 반복 따위 

검게 그을린 노동으로 

버티고, 기어이 살아 남은 사람이었을 거야

 

설움의 굴레를 깨고 

나아가야 할 외길 앞에서

깨어져 날아가면서 너도 보았을 거야

 

그 동안 박혀있던 자리

다 같은 모양으로 줄지어 앉아

어깨 걸고 지키던 자리

이었음을

 

길을 깨어야만 갈 길 뚫을 무기가 생기는

이 부박한 삶 앞에서

꼭 모가지 떨어지지 않아도 밀리면 죽는 게 확연한

이 배수진의 삶 앞에서

 

기어이 살아 남아 노동의 열매를 전해준 사람은

너를 만들어 

무기를 만들어 길에 매복시켜 놓은 사람은

설움을 아는 사람이었을 거야

 

2001/0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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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김영철
이 시를 보니 친구가 생각나네 평생을 경계부럭 일을 하는데 일당은 꽤 많지만 아직도 임대에 살지

어느날 오야지 되어 일을 맡아 했는데 이중으로 등록된 원청이 사무실도 얹혀 쓰다가 밤새 보따리 싸버려 거지가 된것이야  장비업체 기타 소송에 휘말려 브럭만 쌓고 산놈이 뭘 알것는가 그래도 기어히 살아남아 길을 내고 만들고는 있지만 지금이라도노동의 무기나 제대로 소지하고 있는지 몰라
박상화
에공, 저런요.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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