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화1968년생 / 편의점

​맑고 푸르른 가난 3

박상화 0 782

 

 

 

물 팔아 먹고 사는 가게에 들어와 물 동냥을 하면

물 한잔 정도는 주어야만 인간의 도리일 것 같고, 

 

술 팔아 먹고 사는 가게 앞에서 술 동냥을 하는 술중독자에게는

술을 한병도 안 팔아야만 인간의 도리일 것 같은데,

 

곰이곰이 생각해보니 

먹고 사는 건 인간의 도리와는 별개의 문제 같으다.

청빈을 자랑하던 선비들 모두 처자식을 굶겼으니

인간의 도리를 지키며 어떻게 먹고 살 수가 있겠나.

 

맑고 푸르른 가난이란건 

굶을 밖에 어찌할 수가 없던 사람들이

제 부끄러움을 감추고자 지어낸 허상이었구나.

 

슬프다, 청빈淸貧

목마른 자에게 물을 주지 못하고

술중독자에게 술을 팔아야 하니

인간의 도리를 묻는 아이에게

먹고 살아 남는 것이 것이 인간의 도리임을

어떻게 가르칠 것인가.

 

 

2014.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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