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화/ 1968년생 / 편의점
원추리 포기처럼 촘촘한 사람들 사이에서
허리를 꺾고 엎딘 뱀과 같이
틈새에서 틈새로
힘겹게 기어 붙이던 삶
캄캄한 집매를 맞고
퍼런 눈 뜬 새벽을 종종 걸어
망망대해 떠가던 빨간 다라.
고등어, 갈치, 언 동태짝 뽀개 담으며
기다리고
평생을 기다리던 좋은 날
아무에게도 사랑받지 못하였으나
하루 접어 한달
한달 접어 일년, 십년, 육십년
꽃이 언제 필까
언제 꽃이 필까
눈도 못뜨는 게 빨간 입 쫙쫙 벌릴 때마다
대신 매를 참고
대신 욕을 참고
분을 삭혀 창란젓 되도록
닳아 무릎뼈 빠지도록
돈이 없어 쩔쩔매던
돈이 없던
어머니, 가슴이 뻐개지면서
꽃 핀다.
달빛 들어 베어 버리고 말 저 꽃,
비린 꽃 핀다.
2016.7.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