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화/ 1968년생 / 편의점
미련한 놈 가슴에 고드름은 안녹는다더니
그날부터 품고 다닌 고드름에 날이 섰네.
가만 있어라, 잊어라는 누구를 위해 하는 말인가,
자식을 잃은 부모는 눈물조차 얼어 붙네.
처마끝 고드름되어 생사에 매달려보니
광화문 광장, 한 여름의 냉기가 모질고도 매섭네.
지나가는 사람들 모두 부모있고 자식 생길테니,
간이 녹고 장이 아홉토막으로 끊어지는 이 아픔을 생각해 주게.
자식이 없는 이는 모를테지,
시간이 가면 모든 고통 다 지나가지만
절대로 지나가지지 않는 고통이 한가지 있다는 것을.
사람들아,
내 가슴에 박힌 고드름 빼주지 못하면
다음 번엔 이 자리에 그대들이 앉아 울걸세.
아이들이 죽은 건 하늘의 뜻일 리 없고,
아무리 거칠어도 바다는 죄를 지으려 하지 않았을 거네.
감추고 모른다하는 자들에게
날선 고드름 가슴에서 빼어들고
사생결단을 내고야 마는 미련한 놈이 되고 싶네.
2014-9-18
*현빙[懸氷] 매달릴 현, 얼음 빙. 현빙은 고드름이라는 뜻도 있지만, 얼음이 되어 허공에 매달린 부모의 심정을 비춰 제목을 현빙이라 지었다.
**미련한 놈 가슴에 고드름은 안녹는다(속담)
1. 둔하고 못난 사람이 한번 앙심을 품으면 좀처럼 누그러지지 않음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2. [북한어] 미련한 자는 부닥친 문제를 원만히 해결할 능력이 없으므로 늘 가슴에 맺힌 것이 있고 마음이 편치 못함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2014-4-16 세월호 참사에 부쳐. 세월호 참사에 대해 모든 부모는, 둔하고, 못났으며, 세월호 문제를 해결할 능력이 없었고, 가슴에 맺힌 것이 있어 눈물조차 얼어붙는 미련한 놈일 수 밖에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