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화1968년생 / 편의점

​나무는 걷는다

박상화 2 1,263

 

 

 

어린 오리나무가 밤새 둔덕을 걸어 내려왔다

노란 민들레 점점이 따라 내려왔다

 

여름이 바싹 말라붙은 둔덕에

초록 발자국 여기저기,

토끼풀, 야생당근꽃, 엉겅퀴, 

잡초들은 폭염에도 타지 않았다

 

바람 따라 포플러 나란히 걸어가고

편백나무 담에 낀 도토리나뭇잎 떨어질 때

시간은 그늘에 고이고

소음도 고요에 잠들었다

 

개미는 하루에 몇리나 걷나

거미는 몇개나 그물을 짜나

 

노곤한 졸음에 자꾸 목이 꺾이는 맨바닥

그늘을 하나씩 달고

모두 다 말없이 부지런하다

 

 

2016.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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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조성웅
단백한 소묘, 일렁이지 않아서 좋구나 ㅎ
너도 말 없이 참 부지런하구나
박상화
그래. 이 글을 쓰던 날 오랜만에 마음이 화평했었어. 이제 격한거 싫다. 너무 힘들어.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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