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화/ 1968년생 / 편의점
어린 오리나무가 밤새 둔덕을 걸어 내려왔다
노란 민들레 점점이 따라 내려왔다
여름이 바싹 말라붙은 둔덕에
초록 발자국 여기저기,
토끼풀, 야생당근꽃, 엉겅퀴,
잡초들은 폭염에도 타지 않았다
바람 따라 포플러 나란히 걸어가고
편백나무 담에 낀 도토리나뭇잎 떨어질 때
시간은 그늘에 고이고
소음도 고요에 잠들었다
개미는 하루에 몇리나 걷나
거미는 몇개나 그물을 짜나
노곤한 졸음에 자꾸 목이 꺾이는 맨바닥
그늘을 하나씩 달고
모두 다 말없이 부지런하다
2016.6.21
너도 말 없이 참 부지런하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