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화1968년생 / 편의점

악착齷齪

박상화 2 1,301

 

 

바람이 불었고

잎들은 악착같이 매달렸다

가지는 악착같이 줄기에 매달리고

줄기는 악착같이 뿌리에 매달리고

뿌리는 흙을 움켜쥐고

허리가 휘어도 놓지 않았다

악착같이 매달리는 소리에

바람이 매달려 악착같이 불었다

모두 악착같이 이를 악물고 살았다

아무도 발붙은 자리를 떠나지 못했고

휴가도 일요일도 없는 꽃처럼 살았다

스스로를 땅에 묻고 눈귀입을 지워버린 돌조차

제 무게를 포기하고 가벼워지지 못했다

 

매달려 부대끼는 수많은 낱개들과

매달리다 떨어져

먼 허공으로 날아가는 어린 잎들

지쳐 부러지는 심줄들

 

쪼그려 앉아 담배를 피는 동안

악착같은 세상에 악착같이

떨어지지도 들러붙지도 못하는

불량한 가격표가 한장

너덜너덜 흔들렸다

 

 

2016.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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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조성웅
악착같이, 제 무게를 포기 하지 않고  가벼워지지 않는다
돌처럼, 너처럼
박상화
죽게 생겼다니까 악착같이 살지 않아서 그렇다고 이 동네 누군가 충고를 하더라. 악착같이. 한자로 보면 이를 악물고 손아귀에 쥔 게 악착이야. 아.. 그렇게 살기 싫은데, 그렇다고 죽기도 싫고.. 한동안 화두가 악착이었네. 게으른 삶을 지향하는 귀차니스트로서 악착같이 귀찮았으면 좋겠다. 너덜너덜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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