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화/ 1968년생 / 편의점
바람이 불었고
잎들은 악착같이 매달렸다
가지는 악착같이 줄기에 매달리고
줄기는 악착같이 뿌리에 매달리고
뿌리는 흙을 움켜쥐고
허리가 휘어도 놓지 않았다
악착같이 매달리는 소리에
바람이 매달려 악착같이 불었다
모두 악착같이 이를 악물고 살았다
아무도 발붙은 자리를 떠나지 못했고
휴가도 일요일도 없는 꽃처럼 살았다
스스로를 땅에 묻고 눈귀입을 지워버린 돌조차
제 무게를 포기하고 가벼워지지 못했다
매달려 부대끼는 수많은 낱개들과
매달리다 떨어져
먼 허공으로 날아가는 어린 잎들
지쳐 부러지는 심줄들
쪼그려 앉아 담배를 피는 동안
악착같은 세상에 악착같이
떨어지지도 들러붙지도 못하는
불량한 가격표가 한장
너덜너덜 흔들렸다
2016.5.30
돌처럼, 너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