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화/ 1968년생 / 편의점
어떤 나무가
항상 지쳐보이는 어떤 나무가 있다면
그래도 넘어지지 않는 그런 나무가 있다면
한뼘 건너 박힌 뿌리 한 끝
떨리는 가지 한 끝
거칠게 비틀린 몸통으로 기우뚱 서있는
불길처럼 솟아난 바늘잎
화악 타 버리지 않고
서 있는 동안은 타 오르고 있는
비탈에 삐뚜름 선 사이프러스 한 그루가
지쳐보이는데
힘겨워 보이는데
한번도 넘어지지 않고
주저않지 않는 그 나무가 가슴에 박혔다
나무도 희로애락이 있어
가난한 날, 풍성한 날이 있는 법인데
사이프러스,
길가에 홀로 선 어떤 사이프러스 한 그루가
처진 한쪽 어깨에
굵은 손마디를 얹고
절름이며 걸어가는
느릿느릿 걸어가는 사이프러스 한 그루가
기울었으나
넘어지지 않는
이를 악문 사이프러스 한 그루가
온 힘을 다해
오래오래 서 있자고
서서 낡아가자고
그러면 슬픔도 낡아질 거라고
굽은 허리
굳은 주름이 꿈쩍도 안하는 것이었다
2016.5.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