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화/ 1968년생 / 편의점
온종일 남들만 본다
어떻게 걷는지
어떻게 웃는지
우는지
어디를 보고 있는지
잠깐도 나를 보아주지 않는다
그래서 외로웠을 것이다
뒷모습도 쓸쓸했을 것이다
술잔 속에 비친 얼굴도 한번
가만히 보아주지 못하고
허둥지둥 쫓겨서
어디에 있는가, 나는
무엇을 하고 있는가
꿈을 향해 걸어가다
로드킬을 당한 줄도 모르고
어디가 뭉개진 것도 모르고
왜 이렇게 앞이 보이지 않는지
왜 이렇게 늘 제자리 걸음인지 답답해하며
손가락에 피가 나도록 허우적대고만 있는 게 아닌가
돌아보아도 눈은
바깥으로만 향해있고
남들의 표정을 살피고
헤어스타일이며 옷 매무새며
말투를 살피는 만큼
나를 보았더라면
이토록 이 마음
무겁고 흔들리지 않았을텐데
어디에 있는가, 나는
스스로를 보는 일엔 장님인 나는
잃어버려도 찾지 않았던 나는
2016.5.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