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화/ 1968년생 / 편의점
가지 하나
뿌리까지 잘라붙인 지게를 지고
일을 하고
일만 합니다.
흙을 파고
흙만 파다가
이랑이 됩니다.
농부의 몸에서
벼이삭 송글송글 맺고
배추가 속을 채워가는 동안
지게는 굳어 반들반들해지고
단단한 손 끝에 흙이 스며듭니다.
논에 눈물을 대어 밥이 크고
마른 가슴을 갈아
이 걱정 저 걱정 김매어 반찬이 자랍니다.
호미와 낫, 수건으로 치장한
흙사람은
허리를 펼 짬도 없지만
그 허리로
짊어진 하늘이
파랗습니다.
농부는 흙입니다.
2015.5.3
너도 나도 땅 파 먹고 사는 게 남은 생이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