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화/ 1968년생 / 편의점
이제 때가 되었다
날개를 꺼내기 위해
갑옷을 버려야 한다
온 몸이 찢어지는 아픔
그 두려움이
오랫동안 어둠 속을 방황하게 했을 것이다
파열은
날게 할 것이고
비상을 믿지 못하면
날개를 펼칠 수 없다
살아 남아 여기까지 온 것은
갑옷 덕분이었다
수 많은 전투의
피흘림을 감춰주던
참으로 무거웠던 갑옷이여
날개는 또 얼마나 무거울 것인가
허공에 사는 아픔이 가슴을 쪼갤 때마다
깊은 어둠의 지하에서
갑옷 속으로 흐르던 피에 입술을 물던 시절도
그리울 것이다
날자
빈 손으로 세상에 나온 매미는
땅 속을 살아도
하늘을 살아도 같다
날자
흙투성이들은
온 몸을 던지는 수 밖에 없다
2016.4.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