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화1968년생 / 편의점

​우화羽化

해방글터 0 887

 

 

 

이제 때가 되었다

 

날개를 꺼내기 위해

갑옷을 버려야 한다

 

온 몸이 찢어지는 아픔

그 두려움이

오랫동안 어둠 속을 방황하게 했을 것이다

 

파열은 

날게 할 것이고

비상을 믿지 못하면 

날개를 펼칠 수 없다

 

살아 남아 여기까지 온 것은

갑옷 덕분이었다

수 많은 전투의

피흘림을 감춰주던

참으로 무거웠던 갑옷이여

 

날개는 또 얼마나 무거울 것인가

허공에 사는 아픔이 가슴을 쪼갤 때마다

 

깊은 어둠의 지하에서

갑옷 속으로 흐르던 피에 입술을 물던 시절도

그리울 것이다

 

날자

빈 손으로 세상에 나온 매미는

땅 속을 살아도

하늘을 살아도 같다

 

날자

흙투성이들은

온 몸을 던지는 수 밖에 없다

 

 

2016.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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