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화/ 1968년생 / 편의점
한줄기 가지를 뻗어
바알간 홍시같은 등을 단
저 전봇대는
살아 감나무였으리.
고해성사, 멸업참회로
울고 간 숱한 사내들의
처진 등짝을 비추며
다시 태어나거든
골목 돌아 감나무로 나거라 축원했으리.
진심을 쏟아내는 사내들이
밤마다 너를 붙잡고 제 죄를 물으리니
지혜의 등 하나들고
사사불공이요, 처처불상이라 하리라.
사람이 물길인 속세를
자비심으로 골목마다 지키고 선 불상들.
밤에 게워낸 삶의 절박함은
아침에 찡그릴 탐심에 지나지 않고
오기가 담긴 맑은 물로
어제를 헹구어 버린 양칫물이라.
집으로 가는 발길을 비추는 저 등이
이세상 마지막 조등일 지라도
힘내세요
그대 지나온 걸음, 부처의 발자욱 아닌 것 없으니
정 의심스러우면
언제는 네 손에 쥔 것이 뭐 있었던가
감나무 전봇대 부처님 붙잡고 물어보라.
2014.9.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