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화1968년생 / 편의점

술병

해방글터 0 1,080

 

 

술을 담아도 취하지 않고

술을 비워도 취하지 않아라

 

서러운 취객의 곁에

꼿꼿하다가

 

다 비우면 눕고

머리통을 갈기기도 하지만

 

깨진 자리를 보면

그 속이 얼마나 날카롭고

단단하였던지

 

한번도 무장을 해제하지 않아

비인간적이란 소리를 듣던

술병이

 

전봇대를 붙잡고

주저앉아

홀로 우는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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