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화/ 1968년생 / 편의점
가게주인은
화석에 박힌 꽃무늬처럼 기다리고 있었다.
두려울 때
더 열심히 뛰는
심장처럼
살자.
비가 내렸고 밤이었고
손님은 좀처럼 오지 않았다.
장대같이 비가 오는 밤에는
퀴퀴한 자취방에서
파를 뚝뚝 끊어넣고 기름을 두른 전 한장에
소주병을 눕히던 날들이
그립다
껌에는 먼지가 앉아 있었고
쵸콜렛은 아무데나 누워있었고
나는 복권기계 앞에 빗줄기처럼 서 있었다.
산다는 건
고드름을 타고 미끄러지다가
간신히
얼어 붙는 거다.
아무것도 숨을 쉬지 않았다.
9.17.20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