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화/ 1968년생 / 편의점
주저앉을 땐 바닥이었는데
절벽 위였다
쓰게 웃을 땐 텅 빈 껍질이었는데
그림자가 남아 있었다
심심초라
심심해서 피우신 줄 알았더니
할 수 있는 게 없어서 였다
갈라진 논바닥처럼
쪼그려 앉아 내려다 보는
깊은 그 한숨
길고 깊은 호흡
그냥 한숨을 쉬면
무너지는 거니까
실의에 빠지는 거니까
손 끝을 태워
살자
호흡을 한다
길고 깊게 숨을 내 쉰다
가슴은
잿더미가 된 꿈의 공동묘지
어둠 속에서 타들어가는 별빛
2016.3.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