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화/ 1968년생 / 편의점
나무는 매일 있었던 일을 제 몸에 적어 놓는다
강추위가 오면 움츠러 들었다고 적고
꽃이 핀 날은 한껏 부풀더라고 적고
고요했던 날은
지루해 몸이 뒤틀리더라고 적어 놓았다
몸에 가라앉은 세월은 주름이 되므로
주름진 할아버지는
주름진 나무의 일기를 읽을 줄 아신다
제 몸에 세월을 새겨본 이들만 읽을 수 있는
언어로
두 주름이 서로를 보듬어
결 속에 묻힌
침묵을
깎는다
2016.3.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