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화/ 1968년생 / 편의점
엄마가 보고 싶으면
나는 엄마를 보러 갔다
구불구불 내려간 골목
빳빳한 국수가게 건너 만화가게 앞에서 한참
청수약국 사거리를 건너 문방구 창에 붙어서 한참
철조망을 친 성당 놀이터 맞은 편, 늘 서예전시회를 하던 문화원은
들어가서 한참을 보아도 나무라질 않아서
액자 족자에 쓰인 글씨를 다리가 아플 때까지 들여다 보았다
냉차 리어카를 지나면 덥고 질척한 시장길
무거운 짐 실은 오토바이, 십자가를 진 고무줄 장사가 지나가고
수없이 지나가는 수직의 기둥들 사이
그 어느 틈새
얼음풀려 드러누운 갈치 고등어 몇마리 놓고
쪼그려 앉은 엄마
2016.2.28
엄마가 보고 싶으면
나는 엄마를 보러 갔다
구불구불 내려간 골목
방아간 곁
홍교다리에서
부용산을 마주하며
홍교약방 지나
제일교회에는
크리스마스날 과자도 주었지
제재소 지나
읍사무소에서는
월남 전사통지서가 날아왔고
소화다리 사거리
선수 밀물 위에
달리던 칙칙폭폭 기차
연기는 제석산 기슭에 날고
제일극장 간판에는
두만강아 잘있거라
눈이 아프도록 바라만 보다가
아이스케키 하면 여름
두~유 하면 겨울
걷고 걸어 엄마 찾아가는 길
질척한 시장길
낙안에서 지고온 나무 한짐
십자가를 맨 고무줄 장사
수없이 지나가는 장터 모퉁이
밀가루포대 체알 아래
밀가루 죽을 끓이며
쪼그려 앉아 있는 엄마
당시 우리모두의 엄마들이 그리 살았거든
도랑물이 졸졸흘러 강이되고 강은 모든 생명을 안아주는
어어니 품속이 되거든
글의 유연함이 어찌 흐르는지 보이는듯도 하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