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화1968년생 / 편의점

​엄마생각

박상화 4 1,781

 

 

 

엄마가 보고 싶으면

나는 엄마를 보러 갔다

구불구불 내려간 골목

빳빳한 국수가게 건너 만화가게 앞에서 한참

청수약국 사거리를 건너 문방구 창에 붙어서 한참

철조망을 친 성당 놀이터 맞은 편, 늘 서예전시회를 하던 문화원은

들어가서 한참을 보아도 나무라질 않아서 

액자 족자에 쓰인 글씨를 다리가 아플 때까지 들여다 보았다

냉차 리어카를 지나면 덥고 질척한 시장길

무거운 짐 실은 오토바이, 십자가를 진 고무줄 장사가 지나가고

수없이 지나가는 수직의 기둥들 사이

그 어느 틈새

얼음풀려 드러누운 갈치 고등어 몇마리 놓고

쪼그려 앉은 엄마

 

 

2016.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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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김영철
​엄마생각

엄마가 보고 싶으면
나는 엄마를 보러 갔다
구불구불 내려간 골목
방아간 곁
홍교다리에서
부용산을 마주하며
홍교약방 지나
제일교회에는
크리스마스날 과자도 주었지
제재소 지나
읍사무소에서는
월남 전사통지서가 날아왔고
소화다리 사거리
선수 밀물 위에
달리던 칙칙폭폭 기차
연기는 제석산 기슭에 날고
제일극장 간판에는
두만강아 잘있거라
눈이 아프도록 바라만 보다가
아이스케키 하면 여름
두~유 하면 겨울
걷고 걸어 엄마 찾아가는 길
질척한 시장길
낙안에서 지고온 나무 한짐
십자가를 맨 고무줄 장사
수없이 지나가는 장터 모퉁이
밀가루포대 체알 아래
밀가루 죽을 끓이며
쪼그려 앉아 있는 엄마
박상화
벌교버전 엄마생각이 더 좋은데요 ^^ 쪼그려 앉아있는 '우리'엄마도 괜찮을 것 같아요. '우리'를 넣었다 뺏다가 몇번을 고민하다가 결국 빼긴 했는데요. 한국어에서만 강조되고 이해되는 '우리'가 가지는 '나의'라는 어감의 맛이 아깝고도 애매한 구석이 있어서요.
김영철
우리엄마 보단 엄마가 더 선연하네
당시 우리모두의 엄마들이 그리 살았거든
도랑물이 졸졸흘러 강이되고 강은 모든 생명을 안아주는
어어니 품속이 되거든
글의 유연함이 어찌 흐르는지 보이는듯도 하네
박상화
그러네요. 몇번을 다시 읽어봐도 우리엄마가 아쉽기는 한데, 엄마가 낫네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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