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화1968년생 / 편의점

꽃은 바닥에서만 핀다

박상화 1 1,211

 

 

 

바닥에 닿으면

입안이 헐어 꽃이 핀다

먹을 수 없다

살려면 먹는 것도 줄이라고

꽃은 바닥에서만 핀다

 

밟기만 하고

바닥을 살필줄 모르면

길이 끊긴다

길은 누군가의 등이었으므로

엎드리지 않으면 이을 수 없다

 

눈물이 바닥에만 고인다고 해서

고이면 차오르는 바닥의 힘을 

없다고 할 수 없다 

 

바닥이 아닌 높은 데 것들은

모두 침몰하는 중이다

 

술 한잔을 받쳐들고

밥도 담는

바닥에서

더 이상 가라앉지 않는 바닥만이

일어 설 수 있다

 

가만히 엎드려 

단단해진 바닥이 일어서면 

벽이 된다

인정사정 없이 밟아 다진 바닥이었으므로

그 벽은 뚫을 수 없다

 

 

2016.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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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박상화
생각해보니 바닥은 여러가지 의미가 있다. 바닥은 막힌 것이다. 더 이상 가라앉지 않는 지점. 딛고 일어설 수 있는 곳이다. 모든 수직은 불안하고, 무너질 수 밖에 없다. 그것이 수평의 힘이다. 수평이 되어야 힘이 고인다. 바닥을 부정하면, 바닥은 일어선다. 물의 바닥이 일어서면 해일이 되고, 바람의 바닥이 일어서면 태풍이 된다. 길바닥이 일어서면 벽이 된다. 바닥이 일어서는 힘은 아무도 막을 수 없다. 이 바닥은 디딜수 있는 바닥. 몸 밖의 지탱점이다. 그러나, 바닥이란 사실 없는 것이다. 흙바닥 밑으로도 얼마든지 더 가라 앉을 수 있다. 더 이상 가라앉지 않게 하는 것, 바닥을 바닥이라고 지탱할 수 있는 것은 바닥에 대한 믿음이고 희망이다. 사실은 희망을 딛고 일어설 때라야 바닥이 바닥일 수 있는 것이다. 희망이 없어서 힘들다. 바닥인줄 알았는데 아니다. 그래서 꾸역꾸역 바닥을 만들어야만 하는 것이다. 없는 바닥을 만드느라 허리가 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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